사주 길잡이 2 / 14

사주의 역사

간지의 시작 — 날짜를 세던 글자

사주의 재료인 간지(干支)는 본래 점을 치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날짜를 세는 숫자였습니다. 중국 은(상)나라의 갑골문에 이미 갑자·을축 같은 간지로 날을 적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 간지는 해와 달, 시각을 세는 데까지 넓어졌습니다.

음양오행설과 만나다

전국시대에서 한나라에 이르는 동안 음양설과 오행설이 하나로 묶이면서 계절·방위·색·장기 같은 세상의 여러 가지를 다섯 기운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틀이 자리 잡았습니다. 간지의 글자 하나하나에도 음양과 오행이 붙었고, 태어난 때의 간지로 사람을 풀이할 바탕이 마련됐습니다.

당나라 — 태어난 해를 중심으로

태어난 때의 간지로 명(命)을 논한 초기 인물로 당나라의 이허중(李虛中)이 꼽힙니다. 이 시기에는 태어난 해를 중심에 두고 해·달·날의 세 기둥을 주로 보았다고 전해집니다.

송나라 — 자평명리의 탄생

오대 말에서 송나라 초의 서자평(徐子平)은 중심을 태어난 해에서 태어난 날의 천간(일간)으로 옮기고, 시의 기둥까지 더해 네 기둥을 온전히 보는 방법을 세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사주는 이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자평명리(子平命理)"라고도 부릅니다. 송나라 때 서대승이 엮은 것으로 전해지는 《연해자평(淵海子平)》이 이 체계를 담은 대표적인 옛 책입니다.

명·청 — 이론이 다듬어지다

  • 《삼명통회(三命通會)》 — 명나라 만민영이 그때까지의 이론을 집대성한 책
  • 《적천수(滴天髓)》 — 명나라 초 유기(유백온)의 주석으로 전해지는 책. 청나라 임철초의 풀이(《적천수천미》)로 널리 읽힘
  • 《명리정종(命理正宗)》 — 명나라 장남이 쓴 책
  • 《자평진전(子平眞詮)》 — 청나라 심효첨이 격국(格局)을 중심으로 정리한 책
  • 《궁통보감(窮通寶鑑)》 — 태어난 달의 기후(조후)를 중심으로 풀이하는 책. 《난강망》이라고도 함

근대에는 서락오·원수산·위천리 같은 사람들이 옛 책에 주석을 달고 대중이 읽을 수 있는 글로 풀어내면서 지금의 명리학 교과서 틀이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의 사주

한국에는 고려 시대에 전해진 것으로 봅니다. 조선은 나라의 시험으로 이 분야의 관리를 뽑았습니다. 《경국대전》은 잡과의 하나인 음양과 안에 천문학·지리학과 나란히 명과학(命課學)을 두었고, 시험 과목에 《서자평》과 《원천강》 같은 책이 들어 있었습니다. 뽑힌 사람들은 천문과 역법을 맡은 관청인 관상감에서 일했습니다.

민간에서는 혼인을 앞두고 신랑의 사주를 적은 사주단자를 신부 집에 보내는 풍속이 자리 잡았고, 정초에 한 해 운수를 보는 일도 흔했습니다. 사주는 그렇게 궁중의 학문이면서 동시에 생활 풍속이 됐습니다.

만세력이라는 책

조선 정조 때인 1782년 관상감은 앞으로 100여 년의 달력을 미리 계산해 《천세력(千歲曆)》을 펴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이어 붙여 펴내다가 1904년에 《만세력(萬歲曆)》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주를 볼 때 쓰는 "만세력"이라는 말이 여기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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